옛 그림을 본다는 것(김남희 지음, 빛을여는책방,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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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9


지은이   김남희    출판사  빛을여는책방(계명대학교출판부)    발간연도  2021-11-10     정가   15,000원   

ISBN  979-11-6516-091-3(03650)


 

옛 그림을 본다는 것

옛 그림을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 책의 키워드는 책 제목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제목을 풀어쓰면, 이런 뜻이 된다. “옛 그림을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옛 그림을 본다는 것은 한 시대를 만나는 일이자 역사를 마주하는 일이다. 또 화가의 삶과 그 시대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지난 시대와 역사, 그리고 화가의 영혼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옛 그림을 만난다는 것은 화가의 인생을 만나는 일이다. 겸재 정선은 병든 친구의 쾌유를 기원하며 「인왕제색도」를 그렸다. 표암 강세황과 연객 허필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우정을 쌓았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 스승 강세황이 화제를 써주기도 했다. 이처럼 그림에는 화가의 삶과 인생의 여정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작품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는 그림에서 위로를 받거나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그림을 감상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 두 번째는 시대를 만나는 일이다. 작품은 시대의 변화를 읽고 보는 역사책이다. 지금 코로나19로 혼란을 겪는 것처럼 조선시대에도 전염병과 외침, 자연재해가 있었다. 수난의 시대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의 지혜다. 사람살이는 비슷하게 반복된다. 조선 후기에는 여행 붐이 일고 산천을 유람하는 문화가 유행했다. 관념산수가 대세를 이루던 시대는 가고, 진경산수화가 화단을 이끌었다. 양반 중심의 그림에서 서민을 주인공으로 한 풍속화가 시대의 삶을 기록했다. 정치가 변하고 사람들의 의식과 문화도 바뀌었다. 그림은 화풍의 변화와 유행, 역사를 담고 있는 큰 그릇이다. 옛 그림을 만나는 일은 시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세 번째는 조형세계를 만나는 일이다. 작품은 체질과 체형이 제각각이다. 그림의 기법과 구도 등의 조형적인 면을 알면 더 가까워질 수 있다. 화가는 색채와 기법을 사용하여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작품의 개성적인 체형과 채색은 작품의 맛을 더 깊게 한다. 그래서 저자는 화가답게 작품의 기법과 구도 등의 조형적인 설명에 더 신경 썼다. 이는 다른 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다.

네 번째는 앞의 세 가지를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옛 그림을 본다는 것은 화가를 만나고, 시대를 만나고, 작품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이지만 결국 조우하는 것은 그림을 감상하는 자기 자신이다. “그림은 거울이다. 사람들은 그림을 보면서 자신과 마주한다. 작품과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작품에서 우정을 엿듣는다. 멋진 풍경을 보며 가슴 벅찬 순간을 경험한다. 그림은 우리 자신을 비추는 지혜의 거울이다.”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앞의 네 가지 사항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길지 않은 글들 속에는 화가의 삶과 시대와 조형세계, 그리고 저자의 모습이 어우러져 있다. 이런 스타일이 지향하는 바는 결국 글을 접하는 독자들이 저자가 그랬듯이 작품을 통해 자신을 만나라는 뜻이다. 독자와 무관한 옛 그림이 아니라 독자의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재료로서 옛 그림을 가까이 하라는 전언이다. 저자의 방점은, 여기에 찍혀 있다.

이번 책은 2019년에 출간한 『옛 그림을 기대다』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옛 그림에 깃든 화가의 삶과 시대상, 조형세계는 물론 그것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다. 대상 작품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서부터 심전 안중식의 「탑원도소회지도」에 이르는 옛 그림 30점과 이중섭의 「흰소」에서부터 이영석의 「작품 2012-24」까지의 근현대 작품 8점이다. 이를 전체 3장으로 나누어 구성하되, 각 장 뒤에는 ‘덧글’이라는 코너를 배치하여 단행본으로서의 변화와 재미를 더했다.


【책 속에서】

“정선에게 인왕산은 전설의 산이다. 왕과 왕비가 아닌 지아비와 아녀자의 사랑이 담긴 산이자 곧 생을 마감할 병든 친구의 쾌유를 비는 간절함이 담긴 산이기도 하다. 인왕산 자락에 살면서 벗들과 어울려 학문을 교류하던 정선의 생이 담긴 산이기도 하다.”(22쪽)

“즐겨 찾던 커피숍에 도착했지만 「탑원도소회지도」에서 들릴 법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나지 않았다. 입구는 묵언수행 중인 스님의 입처럼 굳게 닫혀 있었다. 정원에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매화가 붉은 잇몸을 드러낸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린 언제쯤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세상에는 ‘마스크 꽃’만 활짝 피었다.”(77쪽)

“「송하독서도」는 초상화로 이름이 높은 이명기의 또 다른 기량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바위 언덕에는 용비늘이 켜켜이 쌓인 푸른 소나무가 녹음을 펼치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초가지붕 아래 커다란 창을 내어 방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한 선비가 독서 중이다. 뜰에선 시동이 차를 끓이고 있다. 찻물의 구수한 내음에 선비는 잠시 속세를 잊는다. 하늘은 맑아 찬바람이 불면 뜰 앞에 국화도 필 것이다.”(45~46쪽)

“이윤영은 은일처사(隱逸處士)로 평생 그림과 시에 매진하며 자신을 다스렸다.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친한 벗이 있어 감동스러운 인생이었다. 행복은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고 느끼는 것이다. 그는 진경시대의 화려한 화풍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고아한 필치로 이색화풍을 선사했다.”(58쪽)

“(최북의「계류도」)는 갈필로 산과 언덕을 다소 거칠게 묘사했다. 계곡은 물기 가득한 붓으로 점을 찍어서 표현했다.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온 물은, 짙은 먹색으로 바위와 돌을 묘사하여 더 맑아졌다. 측필로 빠르게 언덕을 그리고 몇 개의 옅은 묵점을 놓았다. 대부분 여백으로 처리한 화면에 옅은 먹으로 계곡을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필묵이 시정과 운치를 더한다.”(105~106쪽)

“「금강내산총도」는 부감법으로 금강산을 훤히 내려다보이게 그렸다. 왼쪽에는 미점을 찍은 토산이 유순하  고, 오른쪽 앞에서 뾰족한 바위가 길을 경계로 다섯 줄로 나뉘어 웅장하게 서 있다. 칼바위를 부드럽게 감싸 주는 길이 있어 정겹다. 금강산 묘사가 사실적이어서 그림으로도 충분히 유람할 수 있다. 그림 오른쪽 위에는 ‘금강내산총도’라고 적어놓았다.”(112쪽)

“흥미롭게도 이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소림명월도」와 소재가 같다. 보름달과 나무, 그리고 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소림명월도」가 평지의 보름달을 포착했다면 「월야산수도」는 깊은 산속의 보름달을 그렸다. 「소림명월도」의 달이 큰 데 비해, 잡목과 개울의 규모는 적고 작다. 반면에 「월야산수도」는 고목과 계곡이 크고 세찬 데 비해, 달이 보름달임에도 하늘에 떠 있어서 작은 편이다. 두 그림은 비교해서 보면, 서로의 특징이 뚜렷해진다.”(124쪽)

“화가는 왼쪽 절벽에 위치한 사찰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긴다. 힘겹게 오른 산에서 일주문을 마주한다. 극락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사찰로 들어서면 발아래 풍광이 속세를 잊게 한다. 나아가 자신을 비우는 순간 극락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른쪽으로 탁 트인 시야는 사찰이 ‘극락암’임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부드럽고 온화한 산세와 여유로움이 느껴진다.”(136쪽)

“양달석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6·25전쟁을 겪었다. 일찍 부모를 여윈 그는 평생 그림과 함께 살았다. 말년에는 긴 투병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붓을 들었다. 그림이 희망이자 삶의 이유였다. 그는 힘든 생활에도 그림으로 행복을 지었다. 그림 속의 아이처럼 소와 함께 행복을 일궜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짧았던 어린 시절은 무한한 행복의 원천이었다.”(154쪽)

“만약 내가 책가도를 그린다면, 무엇으로 화폭을 채우게 될까? 아마 오랫동안 가까이 한 책을 중심으로 구성하지 않을까.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내 마음을 살찌운 책과 독자에서 저자가 되어 쓴 내 책들을 정성껏 그려 넣을 것만 같다. 그중에는 시집과 소설책도 있고, 각종 인문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미술책이 가장 많을 것이다. 물론 한 켠에는 어린 나를 설레게 했던 『어린왕자』도 배치할 것이다. 그날의 코스모스와 그때의 여우와 장미도 함께. 책에 눈이 가고, 「책가도」가 가슴에 와닿는 걸 보니, 가을인 모양이다. ”(161)

“이미지가 애잔할수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추성부도」도 그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작품이다. 컬렉션 중 최고가라고 추정된다. 생전에 이건희가 극진히 아끼던 작품으로, 힘이 들거나 어려움이 닥쳤을 땐 「추성부도」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223쪽)


[차례]


005 머리글


1장. 돌아보다

018 우리 가슴속 ‘우정의 「인왕제색도」’ 한 폭 / 정선 「인왕제색도」

024 세상 밖 이치를 난초향에서 배운다 / 김정희 「세외선향」

030 녹색의 무릉도원, 소마저 귀 기울이는 / 이인문 「목양취소」

036 턱을 괴고 앉아서 자신을 돌아보다 / 심사정 「선동도해」

042 커피숍에서, 독서하는 옛 선비를 그리워하다 / 이명기 「송하독서도」

048 가을에 핀, 구절초처럼 해맑은 얼굴 / 허필 「묘길상도」

054 마스크에 번지는 가을의 피톤치드 / 이윤영 「녹애정」

060 18세기의 화가가 보낸 ‘오래된 미키마우스’ / 최북 「서설홍청」

066 매화와 까치가 부르는 봄의 이중창 / 조속 「고매서작」

072 옛 그림을 마스크 삼아 봄나들이에 나서다 / 안중식 「탑원도소회지도」

078 아버지와 아들의 즐거운 고기잡이 한때 / 김득신 「주중가효」

084 덧글 - 자화상과 초상화로 본 시대의 얼굴

                   윤두서, 「자화상」/이한철, 「최북 초상」/안중식, 「백악춘효도」


2장. 위로받다

096 여름을 숙성시키는 ‘먹빛 포도송이의 랩rap’ / 이계호 「포도도」

102 초현실주의 같은 물난리와 계류도 의 물소리 / 최북 「계류도」

108 「금강내산총도」를 보며, 겸재의 길을 걷다 / 정선 「금강내산총도」

114 커피 내리듯 약을 달이는 가을 한때 / 이인문 「선동전약」

120 온열기 같은 달빛으로 시린 마음을 달래다 / 김두량 「월야산수도」

126 거친 파도 속에 일출을 맞이하는 매처럼 / 정홍래 「해응영일」

132 분홍빛 꽃잔치를 굽어보며 / 김윤겸 「극락암」

138 괘불탱화로 ‘코로나 블루’를 물리치다 /「천은사 괘불탱화」

144 단풍잎처럼 콜라주된 큰 예술가 / 정점식 「콜라주 B」

150 어린 시절에서 찾아낸 영원한 행복 / 양달석 「소와 목동」

156 어린왕자 와 조선시대 ‘책가도’ / 장한종 「책가도」

162 덧글 - 야외와 정자亭子와 실내에서 대면수업을 하다

                   이인상, 송하수업도 /강희언, 사인휘호도 /김홍도, 「서당」


3장. 일어서다

170 희망을 배송하는 ‘흰소’의 카리스마 / 이중섭 「흰소」

176 추위 속에서 붉은 매화를 찾아 떠나다 / 심사정 「파교심매도」

182 남향으로 오시는 봄볕을 마중하다 / 오지호 「남향집」

188 산에서 펼쳐지는 봄빛의 파노라마 / 정선 「필운대상춘도」

194 시詩에서 영감을 받다 / 이인성 「해당화」

200 단오, 조선 여인들의 ‘엔터테인먼트 데이’ / 신윤복 「단오풍정」

206 우리 곁에 학처럼 머물다 간 스승 / 이영석 「작품 2012-24」

212 동심으로 그려낸 소박한 평화 / 양달석 「소와 목동」

218 구양수, 김홍도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이심전심 / 김홍도 「추성부도」

224 암울한 해방 공간에서 희망을 그리다 / 이쾌대 「봄처녀」

230 도쿄올림픽 양궁 경기와 선비들의 활쏘기 / 강희언 「사인사예도」

236 덧글 - 붓으로 그린 화가들의 웃음소리

                   심사정・최북・김홍도 외, 「균와아집도」


243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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